노후 LNG선 퇴역 가속·신조 발주 지연… 2030년까지 글로벌 LNG 운송 불균형 심화
[에너지데일리 조남준 기자] 글로벌 LNG 공급 확대가 본격화되는 가운데 이를 실어 나를 LNG 운반선은 턱없이 부족하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노후 선박 퇴역이 가속화되는 반면 신조 발주는 공급 증가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LNG 운송 병목이 에너지 시장의 새로운 불안 요인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고부가가치 LNG선을 사실상 과점하고 있는 한국 조선업이 최대 수혜자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가스연맹이 18일 제공한 일일가스동향에 따르면 글로벌 해운·에너지 업계는 2030년까지 인도 예정인 LNG 운반선 신조는 약 234척에 그칠것으로 전망했다. 국제해사기구(IMO) 자료를 기준으로 할 때 이는 이미 최종투자결정(FID)에 도달한 LNG 액화 프로젝트로 계획된 연간 2억 2,900만 톤 규모의 신규 수출 능력을 감당하기에 부족한 수준이다. 향후 추가 프로젝트가 FID에 도달할 경우 LNG 운송 시장의 긴축은 더욱 심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LNG 무역 구조를 고려하면 문제는 더욱 복잡해진다. 일반적으로 신규 액화 물량 100만 톤을 유럽으로 운송하는 데는 약 1.5척의 LNG선이 필요하지만, 아시아로 향할 경우에는 약 3척이 요구된다.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LNG 수요 확대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현존하는 운반선 공급만으로는 글로벌 LNG 흐름을 안정적으로 뒷받침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운반선 부족 우려를 키우는 또 다른 요인은 노후 LNG선의 대거 퇴역이다. 특히 연료 효율이 낮고 증발 손실이 큰 증기터빈 방식 LNG선은 최근 해체가 빠르게 늘고 있다. 2025년 들어서만 14척이 고철로 매각되며, 연간 평균을 크게 웃돌았다.
현재 운항 중인 LNG선 가운데 25년 이상 된 선박도 상당수에 달한다. 2005년 이전에 건조된 LNG선 상당수가 2030년 이전 퇴역할 경우, 실제 운항 가능한 함대 규모는 계획된 LNG 공급 확대를 따라가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이는 LNG 화물 운임 상승과 함께 에너지 공급망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 같은 구조적 불균형 속에서 한국 조선업의 전략적 가치가 다시 부각되고 있다. LNG 운반선은 극저온 화물창, 이중연료 추진 시스템, 고급 안전 설계 등 고난도 기술이 요구되는 선종으로, 현재 글로벌 시장은 한국 조선 ‘빅3’인 HD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한화오션이 사실상 주도하고 있다.
특히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 규제가 강화되면서, 고효율·저탄소 LNG선에 대한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최근 발주되는 LNG 운반선 대부분은 최신 이중연료 엔진과 고효율 연료 관리 시스템을 탑재하고 있으며, 해당 분야에서 한국 조선소의 기술 경쟁력은 독보적이라는 평가다.
시장에서는 2028~2030년 인도 가능한 조선 슬롯의 희소성도 주목하고 있다. LNG 액화 프로젝트의 상업 가동 시점과 선박 인도 일정이 맞물려야 하는 구조상, ‘조기 인도 가능 여부’가 발주 결정의 핵심 변수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한국 조선소가 제한적이나마 추가 인도 여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발주 집중 가능성도 거론된다.
LNG 운반선은 척당 선가가 2억5천만 달러를 웃도는 대표적 고부가가치 선종이다. 원가 부담이 완화되고 고선가 수주가 이어지면서, 국내 조선사의 수익성 개선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더 나아가 LNG선 건조 경험은 향후 암모니아·액화수소 운반선으로 이어지는 친환경 선박 기술 전환의 발판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전략적 의미가 크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LNG 공급 확대와 운송 병목이 맞물리며 LNG 운반선 시장이 다시 한 번 ‘슈퍼사이클’ 국면에 진입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이 경우 기술력과 납기 신뢰도를 동시에 갖춘 한국 조선업의 경쟁력이 재차 부각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한 조선·해운 전문가는 “LNG 공급 확대는 에너지 시장뿐 아니라 해운·조선 산업 전반을 동시에 움직이는 변수”라며 “노후 선박 퇴출과 신규 발주 확대가 맞물리는 현 시점은 한국 조선업의 글로벌 위상을 다시 한 번 확인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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