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연합뉴스) 최은지 기자 = 내년 하반기 인천과 서해 최북단 백령도 항로를 오가는 새 카페리선 사업이 시작조차 하지 못한 채 좌초될 위기에 빠졌다.
27일 인천시 옹진군에 따르면 옹진군은 인천∼백령도 항로에 초쾌속 카페리선을 도입하기 위해 2020년 2월부터 4차례 공모를 한 끝에 어렵게 사업자를 선정했다.
이 항로를 오가는 유일한 대형 여객선인 하모니플라워호(2천71t) 선령이 내년 5월이면 25년이어서 해운법상 더 운항할 수 없기 때문이다. 같은 항로의 다른 여객선 코리아킹호(534t급)는 규모가 작아 기상에 따라 운항이 통제되는 경우가 잦다.
사업자로 선정된 여객선사 에이치해운은 내년 하반기 2천400t급 초쾌속 카페리선을 항로에 투입하고 옹진군으로부터 10년간 120억원을 지원받는 내용의 업무협약을 작년 12월 체결했다.
하지만 올해 초로 예정된 선박 건조 작업은 반년이 지난 현재까지 시작조차 되지 않았다. 선사 측은 대출을 받지 못해 조선소에 지불해야 하는 10%의 계약금을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인 비용은 조선소 기밀 사항이지만, 총사업비를 500억원가량으로 추산해보면 계약금은 50억원가량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고 옹진군은 전했다.
새 선박을 건조할 때는 사업성 여부에 따라 선박 담보부 대출을 받거나 기관 보증을 거쳐 대출을 신청하는데, 에이치해운의 경우 한국해양진흥공사를 통해 대출을 추진 중이라는 입장을 옹진군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해양진흥공사는 자금 대출을 받으려는 해운항만 사업자의 신청을 받아 심의위원회 심사를 거친 뒤 일정 요율을 받고 보증을 서는 역할을 한다.
한국해양진흥공사 관계자는 "에이치해운과는 몇 달 전 초기 협의만 진행했으며, 이후 진척된 것은 없다"며 "사업성이 좋으면 보증 없이 대출을 받는 경우도 많아 민간 은행 등 다른 기관과 대출 협의 중일 수도 있다"고 밝혔다.
사업이 계속 지연되자 옹진군은 선사 측이 8월 20일까지 대출금을 확보해 선박 건조에 들어가지 못하면 협약을 파기하기로 했다. 통상 선박을 건조하는 데 1년 6개월가량 걸려 당장 작업에 들어가도 내후년 초에나 운항이 가능한 상황이다.
협약에 따라 새 여객선 건조가 늦어지면 선사가 대체 선박을 운항하게 돼 있지만, 이는 선사 재량이어서 어떤 선박이 투입될지조차 알 수 없다.
게다가 선사가 결국 자금을 마련하지 못해 협약 자체가 파기될 경우 내년 5월부터 하모니플라워호가 운항할 수 없어 섬 주민들의 불편이 예상된다.
옹진군 관계자는 "선사 측은 선박 건조계약을 체결한 뒤 대출을 추진 중이지만 선거로 인해 절차가 지연돼 금융기관과 협의 중이라고 한다"며 "협약이 파기되면 새 선박을 건조하는 대신 다른 운항 방안이 있을지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출처 : 인천-백령도 새 여객선 투입 미궁속…선박 건조도 못해 | 연합뉴스 (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