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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크는 찼으나 배 짓는 사람이 부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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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경제=임준혁 기자] “도크(배 만드는 시설)는 찼는데 막상 선박을 건조할 숙련 노동자가 없는 상황입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수주 호황으로 신규 일감을 대거 확보한 국내 대형 조선 3사가 인력난에 시달려 생산 차질을 우려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절박하게 표현한 발언이다.

지난해 대거 수주한 선박들을 본격 건조하는 올 하반기엔 1만명에 가까운 추가 인력이 필요한데, 당장 현장에 투입할 기술자는 턱없이 부족해 업계는 '생산 차질'이라는 최악의 상황까지 우려하고 있다.

9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2013년 이후 최대 수주 기록을 세운 국내 조선사들은 올해도 수주 시장에서 세계속의 한국조선의 존재감을 나타내고 있다.

실제 한국조선해양은 올 들어(1~4월) 연간 수주목표인 174억달러의 56%를 달성했다. 대우조선해양은 같은 기간 연간 목표치(89억달러)의 52%를 채웠고, 삼성중공업도 올해 목표 88억달러의 23%(20억달러)를 수주했다. 이 덕분에 한국 조선업계는 7년 만에 중국을 제치고 1분기 글로벌 수주 점유율 1위로 올라섰다.

수주 실적만 놓고 보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상황이다. 하지만 이들 조선사들의 표정은 밝지만은 않다. "도크는 채웠는데 정작 배를 만들 사람은 없다"는 우려가 점점 현실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조선사들은 지난 2016년 전후로 수주 절벽이란 보릿고개를 넘기 위해 직영 생산인력을 20~30%씩 줄이는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이 과정에서 현장 인력의 60~70%를 담당하는 협력회사(하청업체)들도 구조조정에 나섰고, 이 여파로 2014년 20만명 선이었던 조선업 인력은 지난해 말 9만2000명으로 55%나 급감했다.

급격한 구조조정은 지금과 같은 수주 호황기에 인력난 부족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있다. 통상 조선사는 선박 수주 후 설계를 거쳐 1년 뒤 건조에 들어가기 때문에 인력난 문제는 갈수록 심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는 3분기(7~9월)에 9500명의 추가 인력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했다.

한 대형 조선사 관계자는 "인력난이 해결되지 않으면 지금의 수주 호황의 의미도 퇴색될 수밖에 없어 위기감이 크다"고 말했다.

다만 인력난이 구조적 문제라 해법 찾기가 쉽지 않다. 2015년 이후 조선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해고된 기술자(용접·도장) 상당수가 처우가 더 좋은 경기 평택, 이천 등 수도권 건설현장과 중국 해외 조선사로 이직한 것으로 업계는 파악하고 있다.

하지만 조선업은 노동 강도가 높은데 처우는 낮아 당시 떠난 경력 기술자를 현장으로 복귀시키는 게 쉽지가 않다는 설명이다. 일부 언론 보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이 최근 7년 만에 협력사 직원 대상으로 생산직 공채를 진행했지만, 채용 규모는 크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처우가 낮은 협력사에 붙어 있는 구조인데, 수주 호황이 끝나면 다시 구조조정이 이뤄질지 모르는 불안 탓에 젊은이들은 조선업 기술직 취직을 꺼린다. 협력사 소속으로 신규 인원을 채용하더라도 낮은 임금과 처우에 이직률이 높다는 것이 현장 관계자의 목소리다. 실제 지난 2018년 대우조선해양의 외업 하청사인 ‘G업체’의 경우 현장에 곧바로 투입된 신입 기술자의 임금이 당시 최저 시급인 7300여 원이 적용돼 젊은 근로자들의 이탈률이 높음을 방증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생산직 외에도 생산지원·연구인력도 부족한데 최근 원재룟값 급등으로 실적은 대규모 적자라 생산 인력만 늘리기가 쉽지 않은 게 내부의 고민"이라고 토로했다.

출처 : 스페셜경제(http://www.speconom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