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박현 기자] 철강업계가 조선업계, 완성차업계와 각각 상반기 후판과 자동차강판 가격을 놓고 개시한 협상에서 난항을 겪을 전망이다. 철광석 등 원자재가 오름세에 따른 제품가 인상 움직임과 가격 인상으로 인한 수익성 악화를 우려하는 입장이 맞서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광해광업공단에 따르면 중국 칭다오항 수입가 기준(CFR) 철광석 가격은 지난해 5월 12일 톤당 237.57달러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한 후 하락세로 돌아서 11월에는 82달러대를 기록했다. 이후 다시 상승기류를 타며 지난해 말 120.19달러를 회복하고 올들어 이달 12일 131달러를 넘어섰다.
이처럼 철광석 가격이 다시 오름세를 보이는 가운데 철강업계는 조선용 후판의 경우 지난해 하반기 수준 가격은 일단 유지하면서도 원자재 가격이 추가 상승하면 다시 인상하겠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인상폭은 상반기 톤당 10만원, 하반기 45만원가량이었다.
지난 27일 열린 현대제철 2021년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김정한 상무는 “지난해 12월 이후 철광석 가격이 급격히 상승하며 지난해 하반기 평균선까지 올라온 만큼 후판 가격도 해당 시기 수준은 유지해야 한다”면서 “향후 원자재가가 재차 오를 경우 상승분만큼 제품가에 반영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조선업계는 난색을 표명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실적 부진에도 철강업계 요구를 대체로 수용하며 톤당 45만원 인상에 합의한 만큼, 올해 추가 인상은 짐이 될 수밖에 없다는 반응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인상폭이 지나치게 커서 이번에 오히려 후판 가격을 인하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더욱이 후판 자체가 선박 제조원가의 20%가량을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높아 가격 인상 시 원가 부담이 늘어 수익성 제고에 걸림돌이 된다는 지적이다.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지난 2020년 말부터 이어진 수주 호조를 바탕으로 이르면 오는 4분기 비로소 흑자전환을 바라보고 있다”며 “이번에 다시 후판 가격이 인상되면 주요 조선사들의 실적 개선 역시 미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이와 더불어 포스코와 현대제철 등 철강업계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상반기 자동차강판 가격 인상 방침을 밝혔다.
자동차강판 가격은 지난해 상반기 5만원에 이어 하반기 12만원 등 톤당 17만원 인상됐지만, 조선용 후판이나 열연강판 등 다른 철강재에 비해 인상폭이 크지 않았다. 이에 주요 철강사들은 가격 현실화를 위해서는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협상에서 완성차업계의 제반 여건을 고려해 당초보다 인상폭을 낮춰 합의했던 만큼 올해는 철강업계 입장을 충분히 반영해야 한다는 뜻을 내비치고 있다.
하지만 완성차업계는 이같은 철강업계의 방침에 강력히 반발하는 모습이다. 지난해부터 차량용 반도체 수급 위기로 자동차 생산 차질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자동차강판 가격까지 인상될 경우 업황 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한 재계 관계자는 “자동차강판 가격 적정선에 대한 논의 과정에서 양측 간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며 “협상이 예상보다 장기화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박현 기자 neoforum@enew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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