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배정제 확산으로 예선시장 안정화…평택항도 전환 추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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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인터뷰/ 한국예선업협동조합 김일동 이사장 대형화주 경쟁입찰에 시장질서 교란 우려 친환경 예선 도입 정부 지원 절실 4년 만에 다시 예선단체 수장에 취임한 김일동 한국예선업협동조합 이사장은 기자단과 한 인터뷰에서 예선시장의 수급 안정과 공제사업 활성화에 역점을 두고 사업을 벌여 나가겠다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여수·광양항과 대산항 등에서 예선 공동배정제를 도입하면서 혼탁했던 예선 시장 질서가 개선되고 있다고 평가하고 평택·당진항도 공동배정제로 전환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가스공사 등 일부 대형 화주가 추진하는 공개 경쟁 입찰은 예선 시장을 다시 혼란에 빠뜨릴 수 있다고 우려하면서 문제 해결에 나설 것임을 시사했다. 아울러 친환경 예선 도입 정책으로 예선업체들의 신조 비용 부담이 늘고 있는 점을 지적하며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Q. 4년 만에 다시 예선업협동조합 수장으로 돌아오셨다.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린다. 40여년간의 노하우와 경험을 살려 예선업 발전에 헌신하고 봉사하겠다는 저의 평소 소신이 있었고 여러 예선업계 대표들도 예선조합을 위해 마지막으로 힘써 달라는 요청이 있어 이번에 다시 이사장직을 맡게 됐다. 4년 전 제가 재임할 때 항만별 적정 예선 수급 계획과 조합원 공제사업 도입의 큰 틀을 마련했는데 후임 이사장님과 임·직원들이 이를 잘 발전시켜서 조합이 한 단계 더 성장한 것 같다. 이 같은 성과를 토대로 중소기업중앙회에서 내실 있는 우수한 조합으로 평가받아 참으로 기쁘게 생각한다. 앞으로 예선업의 건전한 발전과 조합원의 복리증진을 적극 추진해 기대에 부응할 계획이다. 장학사업 사회봉사활동 등 조합의 위상을 제고할 수 있는 대외협력사업도 함께 벌여나가겠다. Q. 해운시장이 사상 초유의 호황을 기록 중이다. 예선시장 상황은 어떤가? 상품 수요가 급증하고 코로나19 여파로 선박 공급이 부족해지면서 해운산업이 모처럼 호황을 누리는 것으로 안다. 참으로 고무적이다. 하지만 예선업은 국내 해운시장이 호황임에도 그 혜택을 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잘 아시다시피 해운업은 물동량이 증가하면 운임을 인상하거나 초대형 컨테이너선 투입 등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 수익 창출이 가능하지 않나. 하지만 선박에 예인 서비스를 제공하고 받는 대가가 주 수입원인 예선업은 상황이 다르다. 물동량보다 선박 입·출항 횟수가 매우 중요한데 항구를 드나드는 선박들은 오히려 줄어 시장 호황을 피부로 느끼지 못하고 있다. 특히 부산항은 선박이 대형화한 데다 중국 환적화물 감소로 선박 입출항 횟수도 동반 하락했다. 포스코 물량을 대부분 처리하는 포항항도 예선 지원 물동량이 크게 감소해 예선업체들의 경영이 어려운 상황이다. 경영 여건을 개선하고 항만 안전에 필수적인 예선서비스가 안정적으로 지원될 수 있도록 조합이 역할을 해야 한다. 예선사용료 조정 등 관계기관 등과 협의를 적극 추진해 나가겠다. Q. 취임 일성으로 예선 수급 제도 정착과 공제사업 활성화를 제시했다. 과거 등록제 도입 이후 예선업체 신규 진입이 늘면서 경쟁이 과열되고 불공정거래, 예선서비스 품질 저하 같은 문제가 발생했다. 예선업체 수입이 감소하고 적자기업이 늘어나는 등 예선시장이 어려워졌다. 경영난 해소와 예선의 공공성을 회복하는 게 주요 과제였다. 예선조합은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려고 정부 측에 수급 계획을 초과하는 항만엔 예선 등록을 제한해 줄 것을 요청했고 정부와 국회도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인식해 2017년 10월 선박입출항법을 개정해 항만별 적정 예선 수급 계획을 도입했다. 예선 수급 제도 도입으로 과잉 공급이 해소되다 보니 업체 간 과도한 경쟁과 예선료 덤핑, 리베이트 등의 불공정행위도 함께 사라졌다. 앞으로 해양수산부 해운협회 등 관계기관과 협력해 항만별 예선업 여건과 운영 실태를 모니터링해 적정예선 수급 계획이 잘 정착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공제사업의 경우 공제료 비용 부담을 줄이고 조합원에게 다양한 혜택을 드리려고 시작하게 됐다. 예선업은 항만 내에서 선박의 입출항을 돕고 하역작업을 지원하는 역할을 맡고 있어 연근해 운항선박에 비해 사고율이 현저히 낮다. 하지만 보험료는 다른 선박과 동등하게 부과되는 불합리한 점이 있었다. 이를 개선해 보험료 부담을 줄이고, 공제사업 수익은 조합원 복리후생에 활용하고자 2017년 공제사업에 뛰어들었다. 현재 절반 이상의 조합원이 우리 조합 공제사업에 가입했다. 조합에서 자체적으로 공제사업을 하면서 공제료가 인하된 데다 사고가 났을 때 신속하게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돼 조합원의 만족도가 높다. 앞으로 공제사업이 더 활성화할 수 있도록 대다수 조합원의 가입을 독려해 나가겠다. 아울러 장학사업이나 대출자금 지원 같이 공제사업 수익금을 조합원사에 되돌려주는 사업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Q. 평택·당진항을 제외하고 전국 대부분 항만에서 예선 공동배정제를 실시하고 있다. 예전에 비해 달라진 점이 있다면? 부산 인천 등의 주요 항만에선 오래전부터 공동배정제가 정착됐다. 하지만 여수·광양항 등의 항만에선 사용자인 선주와 대리점이 예선업체를 선택해 자유계약하는 단독배정제를 시행해왔고 과도한 경쟁과 예선사용료 덤핑, 리베이트 등의 여러 불공정행위도 함께 발생했다. 공동배정제로 전환하면서 이런 폐단이 사라지고, 공급 과잉도 해소되는 추세다. 특히 여수·광양항의 경우 공동배정제 전환 이후 사용자와 예선업체가 협력해 단계적으로 과도한 덤핑요율을 지양하고 문란한 시장 질서를 개선해 대내외적으로 호평을 받고 있다. 평택·당진항은 가스공사 현대제철 현대글로비스 같은 대형화주와 선사 예선업체 해운대리점 사이에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아직까지 자유계약제가 유지되고 있다. 조합원들도 공동배정제로 전환할 필요성을 인식하고 시행 시기, 배정 방식 등을 구체적으로 협의해 나가고 있다. 이사장에 다시 취임하면서 정한 역점 사업 중 하나가 평택·당진항의 공동배정제 도입이다. 조합원사들이 과당 경쟁을 줄이고 서로 협력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 Q. 대산항 등에서 공동배정제 도입 이후 선사와 요율 갈등이 커지고 있다. 중재 등 조합 차원의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 그동안 대산항은 단독배정제로 운영되다 보니 경쟁이 심해져 기준 요율보다 훨씬 낮은 가격에 예선서비스를 지원해왔다. 3년마다 중앙예선운영협의회를 열어 예선료를 소폭 올리면 뭐하나. 선사들의 강한 압박에 못 이겨 조합원들은 어쩔 수 없이 최고 70%까지 할인된 가격을 제공했다. 앞으로 남고 뒤로 밑지는 열악한 상황이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고 선박입출항법 개정에 맞춰 2018년 3월부터 공동배정제를 도입했다. 대산항 예선업체들은 공동배정제로 전환하면서 업체마다 천차만별이었던 예선료 체계를 일원화했다. 동일한 예선서비스는 동일한 요율을 부과한다는 원칙을 세운 거지. 요율 체계를 조정하면서 일부 선사에서 인상 요인이 발생했다. 비싼 값을 내던 선사는 되레 인하 혜택을 보기도 했다. 과거에 과도한 할인율을 적용받던 일부 중소형 유조선사들은 상대적으로 인상폭이 커 반발을 하는 상황이다. 현재 대산지부와 이 문제를 놓고 협의 중이다. 그동안 우리 조합과 대산항의 조합원사는 중소형 유조선사와 예선료 조정 방안을 수차례 협의해왔다. 선사와 예선업체가 서로 상생하고 협력할 수 있는 합의안을 끌어내려고 한다. Q. 정부와 도선사협회 해운협회 등에서 예선서비스 평가제 도입을 추진 중이다. 조합의 입장이 궁금하다. 예선서비스 평가제도는 예선 운영의 안전성과 이용자 만족도를 평가하려고 예선 수급 계획과 함께 도입됐다. 올해 시범 운영에 들어갔다. 해양수산부는 지난해 연구용역을 진행하고 관계기관 등과 여러 차례 협의해 기준을 마련했다. 평가항목은 예선사업자 경영평가 40%, 사용자 만족도 조사 60%로 구성돼 있다. 조합에선 예선서비스 평가가 원활히 진행될 수 있도록 해수부와 평가용역기관에 자료를 성실히 제공하는 등 적극 협조하고 있다. 예선업도 평가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예선 문제로 사고가 난 사례가 많지 않지만 이번 평가제도 도입을 서비스 품질을 높이는 계기로 삼고자 한다. 선박을 잘 관리하고 선원 교육도 철저히 해서 안전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하고 사용자들이 만족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려고 노력하겠다. Q. 가스공사 현대제철 한전 현대글로비스 등 대형 화주가 도입을 추진하는 예선 입찰제를 두고 대형 화주의 갑질이란 지적이 나온다. 이사장님의 견해는? 항만 안전에 큰 역할을 하는 예선업은 일종의 공공재다. 대형 화주나 조선사업자 외항화물운송사업자는 예선업을 할 수 없도록 선박입출항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시장 지배력이 있는 대형 화주가 예선업에 진출해 예선시장 질서를 파괴하는 걸 막겠다는 의도지. 해수부가 항만별로 예선이 적정하게 확보되도록 제도를 개선한 것도 결국 예선업체들의 부당 경쟁과 불공정 거래를 줄여 항만 안전을 도모하려는 것이다. 하지만 일부 항만에서 대형 화주와 선사들이 자신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공개 경쟁 입찰을 도입해 예선사업자를 선정하려고 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대형 화주는 자신들의 영향을 받는 예선사를 설립해 입찰에 참여시켜 사업자로 선정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대형 화주가 편법적으로 예선업에 진출한 거나 마찬가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예선업계는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공개 입찰에 응할 수밖에 없는 난처한 상황에 처해 있다. 공개 입찰을 하면 과당 경쟁과 덤핑 경쟁이 되살아나 조합원사의 경영이 악화하고 예선시장은 다시 걷잡을 수 없는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다. 조합 차원에서 공동배선추진위원회 같은 기구를 만들어 대형 화주 운송 선박까지 공동배정의 틀 안에서 예선서비스가 제공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예선업이 갖는 항만 안전의 공공 기능을 충분히 고려해 공개 경쟁 입찰을 자제해 줄 것을 대형 화주들에게 부탁드린다. Q. 조합의 중단기 사업계획은? 앞서 말씀드린 거처럼 예선 수급 계획을 정착시키고 공제사업을 더욱 확대해 나가겠다. 아울러 친환경 예선 도입도 중요한 과제다. 정부의 황산화물이나 탄소 배출규제에 적극 협력하려고 한다. 유럽이나 미주 일본 등 선진국 기술을 연구하고 개발해 친환경 예선을 개발할 계획이다. 현재 국내 첫 LNG 예선인 5000마력 <송도>호가 지난 8월부터 인천항에서 예선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다. 6900마력 규모의 하이브리드 예선도 내년 12월 건조돼 부산항에 투입될 예정이다. 다만 비용이 문제다. LNG 예선은 100억원 가까이 신조 비용이 든다. 같은 규모의 디젤 연료 예선은 60억원이면 지을 수 있다. 40억원이 더 들어간다. LNG 충전 시설이나 전기 충전 시설 같은 인프라 확충도 시급하다. 안전한 예선 서비스를 지원하고 중대재해특별법 시행에 적절히 대응하고자 국내 항만 안전관리 지침서를 제작하는 것도 중요 사업 중 하나다. 내년께 제작해 조합원사에 배포해 활용토록 하겠다. 마지막으로 올해 11월이면 예선조합이 설립한 지 40주년을 맞는다. 기념행사와 조합 40년사 발간을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아직 진정되지 않아 부득이 행사 개최를 연기했다. 내년에 40주년 행사가 열리면 많은 분들이 참석해서 축하해 주시면 감사하겠다. Q. 정부나 업계에 당부하실 말씀은? 앞서 말씀 드렸듯 예선업은 선박의 안전한 입출항을 지원하는 필수 공공서비스다. 그렇다 보니 적정 예선 수급 계획 제도를 도입했고 예선료도 3년마다 선사 대표, 예선업체 대표, 전문가들로 이뤄진 중앙예선운영협의회에서 물가상승률, 유류비 등의 인상 요인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투명하고 합리적으로 정하도록 제도화하고 있다. 사용자인 선사와 화주는 이 같은 제도의 취지를 충분히 이해해 공동배선제와 예선요율 준수에 협조해 주실 것을 부탁드린다. 아울러 정부에도 국가적인 친환경 정책에 부응하려는 예선업계의 노력을 고려해 친환경 예선 도입에 적극적으로 지원해달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원문출처 코리아쉬핑가제트 (ksg.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