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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세지는 해양환경규제…韓조선업계 올해 기회 잡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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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정유 기자] 국내 조선업계가 오는 2023년부터 강화되는 해양환경 규제를 맞아 수주 반등의 기회를 찾을 수 있을까. 강화된 환경 규제로 인해 노후선 교체 수요가 눈에 띄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친환경선 등에서 강점을 지닌 국내 조선업계에게 호재가 될 것이란 전망이다.

1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제해사기구(IMO)는 오는 6월 ‘해양환경보호위원회’(MEPC) 76차 회의에서 ‘에너지효율 계산지침’(EEXI) 규제 도입을 의결한다. 앞서 IMO는 지난해 말 EEXI 규제 도입을 골자로 한 ‘해양오염방지협약’ 개정을 승인했다.

IMO는 오는 2030년까지 선박 온실가스 배출량을 2008년 대비 최소 40% 저감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의 일환으로 2014년 이후 발주 선박엔 단계별로 저감 목표치를 설정하고, 설계 단계에서부터 목표치를 충족하도록 하는 선박제조연비지수(EEDI) 규제를 적용한다. 이번 EEXI 규제는 2014년 이전 발주 선박까지를 포함하며, 오는 2023년 1월 시행할 예정이다. 규제를 시행하면 기존 선박은 연비에 따라 총 5개 단계(A~E)로 분류돼 이중 D와 E 등급은 속도제한을 받는다. 속도를 제한해 연료 사용을 줄여 환경오염물질을 억제한다는 취지다. 

이 같은 해양환경 규제 강화는 국내 조선업계엔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기존 노후선들이 EEXI 규제로 인해 운항속도를 크게 줄여야 하는 만큼 선박 교체 수요를 대폭 끌어올릴 것이란 이유에서다. 규제 시행이 오는 2023년인 만큼 올해 발주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아 조선업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해운분석업체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총 2만 6000척의 운항 선박 가운데, 2013년 이전에 인도된 선박은 약 1만 7000척이다. 이들 선박은 추진체계 개조가 불가능한 것으로 파악되는 만큼, 신조선으로 교체될 가능성이 높다. 최근 액화천연가스(LNG)추진선 등으로 친환경 선박 시장 경쟁력이 가장 높은 국내 조선업계의 수주 확대가 기대되는 대목이다. 업계 관계자는 “별도 해운시황과 관계없이 노후선 교체 수요는 대폭 늘어날 수밖에 없다”면서 “선박 건조기간을 감안하면 올해가 국내 조선업계가 수주에 대응해야 할 적기”라고 언급했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국내 조선업계의 신조선 수주액은 225억달러로 전년 대비 23.1% 증가할 전망이다. 수주량도 1000만CGT로 전년 대비 22.2%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신조선 교체 수요뿐만 아니라 기존 계약 설계 변경까지 포함하면 조선업계 입장에선 추가 수익도 기대할 수 있다.

올해 국내 조선업계는 총 304억달러의 수주 목표를 설정했다. 지난해 잡았던 목표 대비 44.1% 높은 수치다. 올해 한국조선해양은 148억 6300만달러를, 삼성중공업은 78억달러를 목표로 설정했고, 대우조선해양은 77억달러 달성이 목표다. 이번 환경규제 시행을 본격화하면 이 같은 조선업체들의 목표 달성도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유럽연합이 내년부터 선박 탄소배출량을 44% 줄이기로 하면서 이번 EEXI 규제가 일종의 가이드가 될 수 있어 중요하다”며 “주요 선주들이 많은 유럽지역인 만큼 국내 조선업계의 수주에도 긍정적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