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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익성 높이고 탄소 줄이고"…친환경 선박이 '대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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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규모 18톤급의 LNG 연료 추진선인 포스코 '에이치엘 그린호'(포스코 제공)

 

세계 최대 규모 18톤급의 LNG 연료 추진선인 ‘에이치엘 그린호’가 올해 초 성공적인 첫 해외 운항을 시작으로 친환경 운항에 나섰다. 그린호는 길이 292m, 폭 45m, 갑판 높이 24.8m에 달하는 초대형 벌크선이다. LNG 연료를 사용하는 대형 벌크선이 해외 운항에 성공한 것은 이번이 세계 첫 사례다.

이제 뱃고동 소리와 함께 엄청난 양의 검은 연기를 내뿜으며 움직이는 초대형 선박을 더 이상 볼 수 없게 될 날이 머지않았다. 기존에 대규모 물자와 사람들을 싣고 대양을 횡단한 컨테이너선과 화물선, 유조선은 석유나 자연가스 같은 화석연료를 태워 동력을 얻었다. 이때 전 세계 배출량의 3%를 차지하는 엄청난 양의 이산화탄소가 발생했다. 바다 위의 선박 역시 탄소중립이라는 세계적 흐름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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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국내 조선 3사가 수주한 선박 가운데 LNG 추진 컨테이너선과 유조선 발주량이 증가했다. (연합뉴스)

 

◇‘친환경 선박’에 성패 좌우…LNG 추진선 등 고부가가치선 부각

국제해사기구(IMO)는 2025년 선박 온실가스 배출량을 2008년 대비 최소 30% 이상 감축하는 규제를 실시하기로 결정했다. 조선 업계에는 친환경 선박 기술 개발이 성패를 좌우할 주요 키워드로 떠올랐다. 글로벌 조선사들은 값비싼 저유황유를 사용하거나 선박에 탈황 설비인 스크러버를 설치, 또는 LNG 추진선으로 대체해야 하는 선택지 가운데 놓이게 된 것이다.

이 중 LNG 추진선은 친환경 선박의 대표적인 모델로,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는 가장 현실적인 대안으로 꼽힌다. 세계 조선 업계는 LNG 연료 추진선이 향후 10년간 2500~3000척이 발주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LNG 연료의 장점은 대표적인 대기오염물질인 황산화물(SOx), 질소산화물(NOx)을 기존 벙커유 대비 각각 99%, 85%까지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석유 등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선박보다 가격이 10~20% 더 비싼 고부가가치선으로도 손꼽힌다. 높은 연비 효율 덕분에 선박의 연료 사용량이 감소하면서 벙커유보다 연간 5.5%의 연료비를절감할 수 있는 경제적인 이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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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해양이 경남 거제 옥포조선소에서 건조한 LNG 부유식 생산 저장 하역설비. (연합뉴스)

 


◇韓 선박 기술 ‘압도적’…조선 3사, 세계 LNG 시장 선도

현재 세계 LNG 추진선 시장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는 곳은 국내 조선사들이다. 올해 들어 현재까지 세계에서 발주된 LNG나 LPG 등을 연료로 사용하는 가스추진선은 54척으로, 우리나라는 이 가운데 40척을 수주하며 74.1%라는 높은 점유율을 기록했다.

특히 LNG 추진선을 선도하고 있는 현대중공업은 지난 1월 친환경 미래사업에 향후 5년간 최대 1조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이번 투자를 통해 수소, 암모니아 등 저탄소 친환경 선박과 미래 첨단 스마트십, 자율운항선박 개발, 이중연료 추진선의 고도화에 나설 방침이다.

현대중공업의 조선 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은 2018년 7월과 지난해 9월 각각 세계 최초로 LNG 추진 대형 유조선과 LNG 추진 초대형 컨테이너선을 인도하는 등 현재까지 세계에서 가장 많은 총 50척을 수주하며 LNG 추진선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조선·해운 시황 분석기관인 클락슨리서치는 전 세계 LNG 수요에 힘입어 향후 5년간 대형 LNG 운반선의 연간 평균 발주량이 51척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 역시 올해에만 각각 15척, 14척의 LNG 추진선을 수주했다. 대우조선해양은 최근 1조1000억원 규모의 LNG 추진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10척 등 수주 랠리를 이어가고 있다. 삼성중공업도 독자 기술인 고압가스-디젤 엔진(ME-GI)용 LNG 연료 공급 시스템 개발 등 친환경 선박 수주 경쟁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경쟁사인 중국은 LNG 추진선 기술을 갖췄음에도 건조 포기나 인도 지연 사례로 한국에 시장 주도권을 빼앗긴 상태다. 중국 국영기업인 후동중화조선은 2017년 9월 세계 최초로 프랑스 CMA-CGM 선사로부터 초대형 LNG 추진 컨테이너선을 수주했지만, 기술력 부족으로 건조를 포기했다. 이후 중국 SCS조선으로 건조 업체가 변경됐는데, 여기서도 예정 인도 시기였던 2019년 11월에서 9개월 이상 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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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암모니아 추진 선박. (사진제공=한국선급)

 

◇LNG 이어 암모니아·수소연료전지…기술 경쟁 치열

앞으로 10년 후를 대비하기 위한 기술 경쟁도 치열하다. 탄소 배출이 거의 없는 암모니아 추진선과 수소 연료전지 선박이 LNG 추진선을 잇는 친환경 선박으로 주목받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20 에너지 전망 보고서’에서 선박 연료로 암모니아, 수소 등의 비중이 점차 확대돼 2060년에는 신조선의 60% 이상을 차지할 것이며, 특히 암모니아가 이 중 절반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질소와 수소의 합성 화합물인 암모니아는 연소 시 이산화탄소를 전혀 배출하지 않는 친환경 대체 연료로, 경제성과 공급 안정성을 갖춰 온실가스 배출 규제에 대응하기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국조선해양은 암모니아 선박 개발을 위해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와 업무협약(MOU)을 맺고, 2025년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역시 지난해 6월부터 로이드선급, 글로벌 엔진메이커인 만에너지솔루션즈와 공동으로 암모니아 추진선박 공동개발 프로젝트에 나섰다.

삼성중공업은 지난 2019년부터 말레이시아 선사, 영국 로이드선급과 공동개발프로젝트를 구성, 한국조선해양보다 빠른 2024년 상용화를 목표로 암모니아 추진선 개발에 나섰다.

연료전지 선박도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선박용 연료전지는 수소·LNG 등 원료로 전력을 생산하는 고효율 발전원으로, 온실가스 저감뿐 아니라 기존 선박용 엔진보다 발전효율을 약 40% 이상 높일 수 있어 친환경 선박 시대의 핵심적인 기술로 꼽힌다. 삼성중공업이 지난해 세계적 연료전지 제조사인 블룸에너지와 선박용 연료전지 공동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한 데 이어, 대우조선해양이 올해 고체 산화물 연료전지 VLCC 개발에 성공했다. 


윤인경 기자 ikfree12@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