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신문] 2020년 1월부터 발효된 국제해사기구(IMO)의 ‘선박연료 황산화물 함유량 감축 규제’에 따라 모든 선박연료의 황함유량을 기존 3.5%에서 0.5% 이하로 강화되면서 전세계 해역의 모든 선박은 이를 따라야 한다.
이에 따라 세계 해사업계는 비용이 비싼 저유황유를 사용하거나, 탈황설비인 스크러버(Scrubber)의 장착 또는 친환경 연료선으로의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이제 친환경 선박운항은 ‘선택이 아닌 필수’인 시대다. LNG연료추진선과 LNG벙커링 시장의 빠른 성장도 이와 맥락을 같이 한다.
세계 LNG벙커링 시장현황 및 전망
세계 예측기관의 보고서에 따르면 LNG벙커링 수요는 2023년 370만톤에서 2028년 1200만톤으로 3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다.
한국LNG벙커링산업협회에 따르면 LNG 수송선을 제외한 운항 중인 순수 LNG 추진선박은 올해 4월 현재 520척 수준으로 추정되며, 56척의 LNG벙커링 선박을 통해 벙커링이 시행되고 있다.
친환경 연료사용 규제가 상대적으로 강하고, LNG벙커링 인프라가 완비돼 있으며, LNG 현물시장 접근이 용이한 네덜란드 로테르담, 싱가포르가 각각 유럽과 아시아의 LNG벙커링 시장을 이끌고 있다.
세계 굴지의 해운사를 중심으로 친환경 선박으로의 전환이 이루어 지고 있는 가운데 CMA-CGM, Hapag Lloyd 등 유럽계 해운사를 중심으로 LNG 추진선 건조 증대 등의 영향으로 LNG벙커링 수요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당초 예측의 1/10 수준-국내 LNG벙커링 수요
국내 LNG벙커링 초기시장인 2020년경에만 해도 조사기관마다 차이가 있지만 대체로 2030년이 되면 전세계적인 LNG벙커링 수요가 약 3000만톤에 이르고, 우리나라의 LNG벙커링 수요도 2025년 70만여톤, 2030년에는 약 140만여톤까지 증가할 것으로 추정했다.
그러나 이같은 수요예측은 크게 벗어났다. 우리나라의 올해 LNG벙커링 시장 규모는 약 6만톤 수준으로 예측된다. 당초 계획의 1/10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이러한 추세는 향후 수년간 지속될 수 밖에 없다는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LNG 현물가격 하락 및 규모의 경제 미확보 등에 따른 국제 가격 경쟁력 저하, LNG벙커링 전용항구 부재 등의 영향이 당분간 지속되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도 한국가스공사 이외에도 LNG터미널건설사업자, LNG직도입사 등을 중심으로 LNG벙커링사업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은게 사실이다. 그러나 아직은 국내 LNG벙커링의 70~80%를 한국가스공사의 자회사인 한국LNG벙커링이 수행하고 있고, 이외 포스코인터내셔널이 사업을 수행중이다. 여기에 SK가스가 LNG벙커링사업에 가세한 정도다.
이에 따라 단기적으로는 당초 전망 보다 저조한 벙커링 수요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고, LNG의 급격한 수요증가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중장기적으로는 가격경쟁력을 확보할 경우 높은 성장세를 기대할 수 있다.
유럽 중심의 친환경연료에 대한 규제가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싱가포르나 중국 대비 LNG 및 공급비 측면에서 가격경쟁력이 확보되고, 벙커링 전용 부두 확보 등 정부의 친환경 연료정책이 뒷받침 될 경우 중장기적으로는 국내 수요는 급성장할 것이라는게 전문가들의 예측이다.
LNG벙커링산업 발전 선행요건은?
국내 LNG벙커링산업이 유럽·싱가포르 등 선진국과의 국제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사업의 토대가 되는 부두건설, 사업승인, 선박 건조보조 및 운영보조 등 LNG벙커링 인프라의 적극적 투자와 지원이 절실하다.
물론 우리 정부도 LNG벙커링사업 활성화를 위해 제도적인 측면과 산업육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외항선 운항용 LNG에 대한 수입부담금 면제, 도시가스사업법 개정을 통한 ‘선박용 천연가스사업자’ 등록제 신설 등 벙커링 사업 육성을 위해 적극적이다.
산업부는 LNG벙커링 전용선 건조비 보조와 부산과 경남을 중심으로 LNG선 시험 인증센터 및 벙커링 클러스터 구축사업 등을 지원하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노후 선박을 친환경선으로 대체하면 신조 선가의 10%를 지원해 주면서 2025년까지 140여척의 민간 LNG 추진선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이같은 정부의 지속적인 정책적 지원이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선박용 LNG에 대한 세금 경감 조치 등 선박연료용 LNG의 국제 가격 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는 요금 정책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울러 국내 내항 운항 선박 중 연료 소비가 많은 선박의 친환경선박으로의 전환 유도를 위한 선박연료 사용규제 또는 LNG를 포함한 친환경 벙커링 전용부두 확보를 위한 정책적 지원 등이 필요한 실정이다.
LNG벙커링 인프라 구축에는 막대한 초기 자본이 들어간다. 아직 수요가 미진해 상당기간 손실이 불가피한 상태에서 선투자를 해야 하기 때문에 단순히 민간에게만 맡기기에는 무리라는 게 관련업계의 지적이다.
적정 시장규모와 수요가 창출되기 위해서는 정부의 통 큰 마중물 정책이 절실하다. LNG벙커링 설비 운영손실 보조금 도입, 대형 LNG벙커링 선박의 추가 건조 지원 등 정부 의지가 요구된다.
LNG벙커링 조선사-벙커링사, 벙커링업계간, 벙커링사-화주 및 운항선사 등 업계간 협력도 절실하다.
향후 수년내 규모의 경제 달성이 어려운 LNG벙커링산업의 생존을 위해서는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대형화주, 특히 조선업계와 벙커링사간의 공조체계가 필요하다. 조선사-벙커링사간 윈-윈 체계 구축을 위해서는 LNG추진선 초도물량 공급에 대한 긴밀한 공조방안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
벙커링 업계내 협력도 이뤄져야 한다. 선박연료 공급방식인 PTS, TTS, STS는 수요자 관점에서 보면 경쟁적인 관계이기 보다는 상호 보완적인 요소가 많다.
초기 단계에 있는 국내 LNG벙커링 산업 활성화 방안 등에 대한 공동 보조가 요구되는 만큼 벙커링업계 내 기업간 관계 증진이 필요하다.
특히 순수 선박용 LNG벙커링 시장규모 확대를 위해서는 수요의 다양한 공급물량 요청에 탄력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STS 관련 주요기업간 긴밀한 협업이 이뤄져야 한다.
벙커링사와 화주‧벙커링선 운항선사와의 긴밀한 협조체계도 구축해야 한다. LNG벙커링은 기존의 유류 벙커링에 비해 상대적으로 연료주입 소요시간이 길고, 기술적 난이도가 높다.
또 LNG 대비 연간‧월간 선‧하역 횟수가 증대됨에 따라 LNG벙커링선박 운항선사의 경험축적과 안정적 관리능력이 선박의 경제적 운용과 시장 확대에 필수불가결한 요소이기 때문에 운항선사와의 긴밀한 협조가 요구된다.
또한 현대글로비스, 포스코 등 화물 정기선을 취항하고 있는 국내 대형화주들이 장가적인 안목에서 국내 LNG벙커링사와의 기간계약에 대한 전향적인 지원 등을 통해 국내 LNG벙커링사의 규모의 경제가 조기 달성될 수 있도록 협력할 필요가 있다.
국내 LNG벙커링산업의 연착륙을 위해 정부의 보다 적극적인 정책 지원과 관련업계간의 협력이 강화되길 기대한다.
[인터뷰] 이창근 한국엘엔지벙커링(주) 대표이사
“올해 LNG 4.5만톤 목표…가격 경쟁력 제고”
IMO 2020이 본격 시행되면서 국내 LNG벙커링산업도 본격화되고 있다.
이에 한국가스공사는 벙커링 사업을 전략 육성과제로 선정하고 2020년 12월 한국엘엔지벙커링(주)를 설립해 국내에서 벙커링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엘엔지벙커링(주)은 당초 국내 기업을 대상으로 컨소시엄을 구성해 운영할 예정이었지만 현재 가스공사가 100% 지분을 갖고 운영중이다.
이창근 한국엘엔지벙커링(주) 대표이사를 만나 지난해 판매실적과 올해 판매전망 및 추진계획 등에 대해 들었다.
Q. 2023년 한국엘엔지벙커링(주)의 판매실적과 올해 판매 전망은?
한국LNG벙커링(KOLB)이 출범할 당시 국내 LNG벙커링 수요전망에 비해 실제 LNG벙커링 수요가 극히 저조하고, 이런 경향은 향후 수년간 계속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본다.
올해 우리나라의 전체 LNG벙커링 시장은 약 6만톤 수준으로 추정하고 있다. 지난해 KOLB의 LNG 판매량은 약 4만톤이다.
이중 대부분은 LNG 선박 시운전용 수요이며, 운항용은 6000톤을 약간 하회하는 수준이다.
올해에는 약 4만 5000톤을 공급 목표로 하고 있으며, 이중 운항용은 지난해 보다 67% 증가한 1만톤 수준을 판매 목표로 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6만톤 공급을 목표로 여러 가지 수요확충 계획 세워나갈 것이다.
Q. 지난해 한국엘엔지벙커링(주)의 주요 성과는?
기존에는 LNG인수기지에 접안해 공급하던 PTS(Port to Ship), 탱크로리로 공급하는 TTS(Truck to Ship)에 의존해 LNG벙커링을 수행해 왔다.
그러나 지난해 5월에는 LNG 전용 벙커링선인 블루웨일(Blue Whale)호의 운항 시작을 기점으로 선박을 통한 LNG벙커링(Ship to Ship)까지 가능하게 돼 LNG벙커링 공급방식을 모두 갖추게 됐다.
지난해 5월 이후 블루웨일호를 통해 조선사, 해운선사 등 총 6개사를 대상으로 STS 방식으로 LNG를 공급했다.
특히 2023년 10월에는 포스코 광양제철소의 석탄 운반 벌크선인 HL ECO호의 하역 작업과 동시에 연료인 LNG를 공급하는 SIMOPS(Simultaneous Operations) 방식을 국내 최초로 성공하는 성과를 거뒀다.
Q. 2024년 주요 추진 계획은?
우선 국내 LNG벙커링업계와의 협업을 강화할 계획이다. 앞서 밝힌대로 당초 전망 대비 LNG벙커링 수요가 매우 저조할 뿐만아니라 향후 수년간은 LNG 수요가 급속히 증가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LNG 현물가격 하락 및 규모의 경제 미확보 등에 따른 국제 가격 경쟁력 저하, LNG벙커링 전용항구 부재 등 인프라 부족 등의 영향 때문이다.
이에 관련 업체간 경쟁 보다는 협업을 통해 국내 시장규모를 먼저 확대하는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런 차원에 국내 주요기업과의 협업을 통해 블루웨일호 공동사용을 적극 모색해 나갈 계획이다. 또한 국내외 해운선사의 운항용 수요도 적극 개발할 생각이다.
조선사, 글로벌 해운선사와의 협업을 통해 LNG추진선 초도물량 공급을 추진하고, 국내 대형화주 및 해운선사와의 협업을 통해 운반 컨테이너선, 벌크선, 자동차 운반선에 대한 운항용 LNG벙커링 물량을 확보해 나갈 예정이다.
아울러 LNG 가격경쟁력 확보를 위한 방안도 적극 모색토록 하겠다. 국내 LNG벙커링시장 의 규모 확대, 동아시아 지역에서의 LNG벙커링 경쟁력 확보 등을 위해서는 안정적인 공급능력 이외에도 LNG 가격경쟁력 확보가 선행돼야 한다. 이는 필요 충분조건이라 할 수 있다.
또 직수입과 개별요금제 등의 장단점을 비교하고, 적정 LNG 기간계약과 현물비중 및 LNG벙커링 수요의 기간계약 유도 방안 모색 등 벙커링산업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노력하겠다.
출처 : 에너지신문(https://www.energy-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