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해양]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은 지난 7월 기록한 해수면 온도(21.06도)가 역사상 가장 낮은 온도가 될 것으로 예측했다. 해사기구(IMO)는 2050년에 국제해운 부문에서 탄소 순배출량 0(Net-Zero, 이하 ‘탄소중립’)를 달성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러한 세계적 흐름 속에 우리나라 역시 지난해 12월 국내 최초 순수 전기추진 여객선 진수를 시작으로, 현재까지 공공선박 59척, 민간선박 10척 등 내항선박 총 69척을 친환경 선박으로 건조했다. 그런데도 국내 친환경 선박 보급률은 0.1%로 미미한 수준이다. 온실가스의 70% 이상을 흡수하는 바다의 보존을 위해 친환경 연료로의 대전환을 앞당겨야 할 때다.
2023 가스텍(Gastech) 박람회
필자는 지난 9월 글로벌 해상 물류 활동의 중심지인 싱가포르에서 열린 ’2023 가스텍(Gastech) 박람회‘에 참석했다. 가스텍 박람회는 메탄올, 암모니아, 수소 등 친환경 연료의 기술적 변화와 이를 수용할 정책‧제도적 당면 과제를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필자는 여기서 저‧무탄소 연료 전환을 넘어, 이산화탄소의 포집과 저장이라는 글로벌 에너지 전환의 시류도 확인할 수 있었다. 또 친환경선박 확산에 경주하는 전 세계의 의지까지 엿볼 수 있었다.
전시회에 참가한 세계 최고 에너지 공급사인 엑슨모빌, BP, 쉘 등은 메탄올, 암모니아, 수소 등 친환경 연료 생산과 공급 기술이 필요한 수요처를 활발히 찾고 있었다. 각 국가도 세계 에너지 전환 흐름에 발맞춘 국가별 제도 마련과 이행을 추진하고 있었다. 싱가포르의 경우 육상에서는 LNG 발전을 통해 대부분의 전력을 생산하고 있었고, 해상에서는 LNG 선박연료유 공급 기지를 적극 활용하고 있었다. 앞으로는 LNG에서 수소, 바이오 연료, 탄소 포집 기술까지 확보할 계획이었다. 유럽 각국과 미국 등 선진국에서도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한 과도기적 연료로 바이오 연료 사용을 고려하고 있었다. 장기적으로는 정부와 산업계가 메탄올, 암모니아와 같은 연료 전환뿐만 아니라, 친환경선박 기술과 제도 발전을 위해 머리를 맞대고 있었다.
세계적으로 친환경 고효율 선박의 수요 확대와 기술개발이 폭발적으로 이뤄지는 사이 우리 정부도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국가 행동계획’(NAP), ‘해양수산분야 2050 탄소중립 로드맵」 등을 통해 2050년까지 국제해운 온실가스 100% 저감, 연안해운은 2050년까지 2018년 대비 70% 저감(102만톤→31만톤)이라는 목표를 설정한 바 있다. 국내 조선업계는 LNG, 메탄올 등 저·무탄소 연료로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친환경 선박 기술을 개발하는 등 선사들의 높아진 눈높이를 맞추려 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의 LNG 연료 추진 선박 건조기술은 이중연료엔진, 연료공급설비(FGSS), 연료저장탱크(Type-C) 등을 개발·보급하는데 특화해 수주·건조량 세계 1위를 굳건히 지켜내고 있다.
친환경 선박 건조 적극 지원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도 선박검사와 여객선 안전운항관리 역량을 바탕으로 해양수산부와 함께 「친환경선박법」을 제정하고 관련 제도 등을 마련하고 있다. 친환경 선박에 대한 구체적인 정의를 시작으로, 기본계획을 통해 목표와 방향성을 설정, 시행계획으로 매년 친환경선박 전환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먼저, 친환경선박 인증을 통해 내항선박과 외항선박의 친환경 선박 전환을 유도하고 있다. 특히 내항선사는 보조금을 통해 친환경 선박 건조를 적극 지원하고 있다. 이 사업은 윤석열 정부 100대 국정과제에 포함돼, 2030년까지 친환경선박 약 50척이 건조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지난 2021년 3척(40억 원), 2022년 5척(60억 원)이 혜택을 받았다. 올해는 7척(142억 5,000만 원 예상) 규모로 해마다 지원 금액이 확대될 예정이다.
여기에 내항선박을 대상으로 온실가스 목표관리제, 공공선박 미세먼지 저감장치 부착, 전기추진선박 기준마련과 검사를 위한 장비 개발 등도 추진해 친환경선박 전환을 유도·지원하고 있다. 외항선박을 대상으로는 선박연료유 사용량 보고제도(DCS, Data Collection System) 검증과 엔진출력 제한장치 지원금 지급 등을 추진하고 있다.
그런데도 여전히 내항 선박은 하이브리드, 전기 추진 등 긴 신기술 상용화를 위한 배터리와 전력변환장치 등의 기술개발이 필요하다. 에너지 사용량이 월등히 많은 외항 선박은 LNG, 메탄올, 암모니아 등 신(新) 연료를 사용하기 위한 엔진, 기자재, 저장탱크 등의 기술개발이 요구된다. 위험성 평가와 같은 안전성 검증 방법도 도입되어야 할 것이다. 국가만 주도하는 제도 마련에는 분명 한계가 있으므로 기술개발에 따른 검증 효과성 등은 민간, 산업계, 학계 등과 협업하여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친환경 선박 제도 마련과 기술개발은 ‘필수불가결’
해양교통안전공단은 그간 공공부문이 주도했던 친환경 선박 정책과 기술 개발사업을 민간도 함께 끌어나갈 수 있도록, 지난 2017년부터 해양수산부와 함께 ’해운부문 해양환경 정책설명회‘를 개최해 해양환경 정책 등 국제사회 동향을 국내 조선‧해운산업에 신속히 전파하고 있다. 이 외에도 민간, 학계 등에서 개발한 친환경선박 기술을 해상선박에서 실증·검증할 수 있는 ‘퇴역관공선 실증테스트선박 운영’도 추진하고 있다.
전 세계를 호령하는 조선 강국으로서 바다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친환경 선박 제도 마련과 기술개발은 필수불가결하다. 이를 통해 국가 온실가스 저감 목표 달성과 해양오염 저감, 연안 대기질 개선이 기대된다. 이미 친환경 선박 전환에 따른 온실가스 감축 효과는 가시화되고 있다. 앞으로는 LNG 외에도 암모니아, 수소, 전기 추진 등 친환경 선박 기술을 계속해서 개발해 나가고, 관련 기준, 기반 설비구축, 보급 확대를 위한 제도적 강화와 현장 실행이 필요하다.
지금은 제도를 마련할 정부, 기준을 확인할 공공기관, 기술을 개발할 산업계, 실용성을 검토할 학계의 노력이 하나로 모여야 할 때이다. 앞으로 해양교통안전공단은 ’깨끗한 해양환경 구현‘ 목표 달성을 위해 산·학에 의해 개발된 친환경 선박 기술 등이 민·관의 안전한 제도 마련에 수용·검증 되도록 무게중심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것이다.
출처 : 현대해양(http://www.hdh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