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HD한국조선해양과 한화오션이 선박용 엔진 분야 확장에 나선 가운데 삼성중공업이 "엔진 분야에 진출할 계획이 없다"는 뜻을 밝혔다. 조선·해양플랜트 등 기존 사업에서 탄탄한 경쟁력을 갖춘 만큼 내실 다지기에 집중한다는 전략이다.
11일 삼성중공업은 국내 조선 3사(HD한국조선해양·한화오션·삼성중공업) 중 유일하게 자체 엔진 사업부를 꾸리지 않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엔진은 조선업을 구성하는 하나의 부품"이라며 "엔진 부문을 새롭게 사업화하기보다는 기존처럼 아웃소싱(외부하청)으로 엔진을 공급받는 방편이 합리적이라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HD현대 vs 한화, 이미 뛰어든 시장…삼성은 "아웃소싱"
선박용 엔진은 원가의 10% 안팎을 차지하는 핵심 부품이다. 조선사가 자체 엔진 조달 능력을 확보한다면, 선박 건조 일정에 맞춰 안정적인 수급이 가능하고 별도 조달 비용까지 절약할 수 있다.
HD현대와 한화는 선박용 엔진 분야에서 보폭을 한층 넓혔다. 최근 HD현대는 글로벌 선박 엔진 제조업체 1·3위를, 한화는 2위를 품에 안게 됐다.
HD현대의 조선중간지주사인 HD한국조선해양은 최근 중소형 선박 엔진을 주로 생산하는 STX중공업을 인수했다. STX중공업은 중소형 선박 엔진을 주로 생산하는 업체다. 이번 인수로 HD현대는 선박 엔진 시장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점하게 됐다. 기존 HD현대중공업의 엔진기계사업부가 글로벌 1위를 유지하는 상황에서 글로벌 3위인 STX중공업까지 인수하며 중소형 선박 엔진까지 생산할 수 있게 돼서다.
한화는 올해 초 글로벌 2위 규모의 HSD엔진(옛 두산엔진)을 자회사로 인수했다. 한화는 한화임팩트의 수소 혼소 가스터빈 등 친환경 발전 기술에 HSD엔진의 대형 선박 엔진 제조 능력을 더해 시너지를 낸다는 계획이다. HSD엔진이 만든 선박 엔진은 삼성중공업에서 배를 건조할 때도 탑재된다.
삼성중공업은 엔진 분야 진출 대신 LNG(액화천연가스)·메탄올 선박, 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생산설비(FLNG) 등 기존 사업 역량을 강화한다. 친환경 선박과 친환경 엔진의 개발을 병행할 수 없는 만큼 기존 품목을 중심으로 수주경쟁력을 한층 높이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친환경 선박·FLNG 쥐고 연간 수주 목표 66% 달성
친환경 선박 수주 실적도 순항 중이다. 삼성중공업은 최근 아시아 지역 선주사로부터 1만6000TEU급 메탄올 추진 컨테이너선 16척을 수주했다. 수주 금액은 3조 9593억원으로 단일 선박 계약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
삼성중공업은 4조원 규모에 달하는 이번 계약으로 올해 수주 실적을 총 25척, 63억달러로 늘렸다. 이로써 연간 수주 목표 95억달러의 3분의 2(66%)를 달성했다. 선박 수주 계약은 통상적으로 연말에 몰려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고무적이다. 동시에 삼성중공업은 3년 연속 수주목표 달성에도 성큼 다가섰다.
수주 잔고도 336억달러로 늘며 5년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삼성중공업의 수주잔고는 2019년 230달러에서 2020년 222달러, 2021년 253달러, 2022년 295달러로 늘었다.
삼성중공업은 이미 경쟁력을 인정받은 FLNG 발주에도 주력할 계획이다. FLNG는 해상에서 시추한 천연가스를 육상으로 이동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액화한 후 저장·운송할 수 있는 복합 해양플랜트다. 고도의 기술력이 필요해 척당 가격이 15억∼20억달러에 이르는 고부가가치 설비로 꼽힌다. 삼성중공업은 현재까지 세계에서 건조된 총 5척의 FLNG 중 4척을 수주하며 글로벌 점유율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이에 삼성중공업은 3·4분기에도 흑자 기조를 이어갈 전망이다. 하반기 수주 예정인 카타르 2차 LNG 운반선 최대 15척, 코랄 술(Coral Sul) FLNG 1척, 모잠비크 물량 8척까지 고려하면 삼성중공업은 올해 수주목표를 무난하게 달성하게 된다.
정연승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중공업은 3∼5년간 꾸준히 매년 평균 단가 30억달러에 달하는 FLNG 프로젝트 1∼2기 수주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하반기 추가 수주를 감안하면 연내 수주금액은 120억달러에 달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출처 : 블로터(https://www.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