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승재 기자] 국내 조선업계가 전세계 코로나19 확산 이후 수주 호황 강세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과 수에즈막스(Suezmax) 등 탱커선 수요도 올해 본격 증가할 것이란 기대감을 받고 있습니다. 미국 전략비축유 방출 계획 발표에 따른 물동량 증가가 전망되는 동시에 노후선박 교체 주기도 올해 도래했기 때문입니다.
22일 한국해양진흥공사가 최근 발표한 '주간 해운시장 보고서'에 따르면 VLCC 중동-중국 운임지수(WS)는 전주보다 17.2% 상승한 68.27을 기록했습니다. VLCC의 일평균 수익(TCE)도 5만2014달러로 전주대비 44.3% 올랐습니다. Suezmax 서아프리카-유럽 운임지수(WS) 역시 전주대비 11% 증가한 126.82로 나타났습니다. Suezmax의 일평균 수익(TEC)도 5만5506달러로 집계됐습니다. 이는 전주대비 17.9% 상승한 수준입니다.
해운업계에서는 VLCC와 Suezmax의 운임이 당분간 강세를 이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VLCC의 경우 미국 전략비축유 방출 계획 발표로 인해 USG-아시아 구간의 물동량이 증가할 것이란 기대감이 상승한 것이 원인으로 꼽힙니다.
앞서 미국 에너지부는 지난 13일 오는 4월부터 전략비축유 2600만 배럴을 방출한다고 밝혔습니다. 중국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에 따른 원유 수요 증가, 러시아의 원유 감산 결정 등으로 유가가 오름세를 보이자 비축유를 시장에 내놓기로 결정한 겁니다. Suezmax도 선적 화물 유입이 증가하며 대서양 수역의 선박 수급이 개선될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한승환 SK증권 연구원은 "미국이 오는 4월부터 두 달간 전략비축유(SPR)를 2600만배럴 방출할 것으로 발표했다"며 "지난해 12월 유럽의 러시아산 원유 금수조치에 이어 지난 5일부터 발효된 러시아산 석유제품 금수조치에 따른 운항거리 증가로 탱커선 수요 위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과거 2003년 공급이 집중됐던 탱커선의 교체주기(통상 20년)가 올해인 점도 발주 증가 요인입니다. 특히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 규제로 인해 해운사들은 올해 노후 선박 폐선을 넘어 조기 폐선까지 고려하고 있습니다. 신조선가의 선행지표인 중고선가도 상승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한국해양진흥공사에 따르면 최근 VLCC 중고선가지수는 123.93으로 지난해 평균(106.21) 대비 14.2% 높은 수준입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도 VLCC 운임 지수를 끌어올렸습니다. 유럽 국가들은 러시아 대신 미국이나 중동, 아프리카 지역에서 원유를 수입해야 하는데 운송거리만큼 선박 수요가 증가하는 '톤마일(ton-mile)'효과가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이같은 탱커선 수요 증가에도 국내 조선업계가 수주에 소극적일 것이란 관측도 있습니다. 3년 이상의 일감을 쌓아둬 수익성 중심의 전략을 펼칠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입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탱커선 시장 호황으로 수요가 증가할 것이란 전망이 있다"면서도 "다만 LNG 운반·추진선, 메탄올 추진선 등 상대적으로 고부가가치가 있는 선박을 중심으로 수주를 진행하는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승재 기자 tmdwo3285@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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