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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장이 사라진다”…조선업계, 자율운항 선박 개발 가속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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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뉴스투데이 박현 기자]
 
조선업계가 고도의 첨단기술이 집약된 자율운항 선박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머지 않아 사람이 직접 조종할 필요 없이 선박 스스로 대양과 주요 항구을 누비는 모습이 현실화할 것으로 점쳐진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기술적 보완은 물론 각종 규제 해결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자율운항 선박은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첨단 센서 등을 융합한 지능화된 시스템 아래 항해자의 의사결정을 지원·대체할 수 있으며, 궁극적으로는 무인화가 가능한 차세대 고부가가치 선종을 가리킨다. 마치 자율주행 차량처럼 자체적으로 운항 전반과 관련한 결정을 내리고 실행하는 선박을 의미한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인 얼라이드 마켓 리서치에 따르면 자율운항 선박 시장은 오는 2030년까지 150조원 규모로 연 4.4%씩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조선 3사, 선박 자율운항 위한 시스템 구축·프로그램 마련 분주

일단 자율운항 선박 개발은 유럽이 한발 앞서 나간 모양새다. 이미 지난 2012년부터 3년간 자율운항 기술 연구·개발에 집중 투자한 결과, 2018년 12월 핀란드 국영해운사 핀페리가 영국 롤스로이스와 손잡고 팔코(Falco)호에 80여명을 태운 상태로 3등급 수준의 세계 최초 선박 자율운항에 성공했다.

이와 관련해 국제해사기구(IMO)는 자율운항 선박을 1~4등급으로 구분하고 있다. 1등급은 운항에 대한 선원의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수준이며, 2등급은 선원이 승선한 가운데 원격 제어가 가능해 한 단계 진일보한 상태다. 이어 3등급은 선원 승선을 최소화하고 시스템과 선체 전반을 제어하는 단계에 해당하며, 4등급은 완전 자율운항이 가능해 무인화가 실현되는 최종 단계다.

이러한 해외 조선업계의 자율운항 선박 개발 움직임에 맞서 국내 조선 3사도 관련 시스템 구축과 프로그램 마련을 위해 연구·개발을 강화하고 있다.

먼저 현대중공업그룹의 조선 부문 중간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은 지난 2017년 실시간으로 수집한 선박 데이터를 기반으로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최적의 운항 경로를 제공하는 선박용 IoT 플랫폼 ‘통합스마트십솔루션(ISS)’을 개발했다.

이어 지난해 카이스트(KAIST)와 공동 개발한 ‘하이나스(HiNAS)’ 시스템은 AI가 선박 카메라를 분석하며 주변 선박을 자동으로 인식해 충돌위험을 판단하고, 이를 증강현실(AR) 기반으로 항해자에게 알리는 기능이 핵심이다.

지난 6월에는 그룹 사내 벤처 1호 기업으로 출범한 아비커스가 경북 포항운하 일원에서 열린 ‘선박 자율운항 시연회’에서 12인승 크루즈 선박을 사람의 개입 없이 약 10km 자율운항하는 데 성공했다. 이는 국내 첫 완전 자율운항 성공 사례로, 그동안 한국조선해양이 축적해 온 첨단 기술과 시스템을 충분히 반영한 결과로 분석된다.

삼성중공업은 지난 2월 목포해양대와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국내 최초로 9200톤급 대형 선박을 이용해 원격 자율운항 기술 실증을 진행하기로 했다.

구체적으로 목포해양대 항해 실습선인 '세계로호'에 독자 개발한 원격자율운항 시스템 'SAS(Samsung Autonomous Ship)'를 탑재하고, 오는 8월 전남 신안 가거도 부근 해역에서 자율운항 시험을 실시할 예정이다.

대우조선해양은 자율운항 시스템 구축을 위해 스마트십 솔루션 ‘DS4(DSME Smart Ship Platform)’을 독자 개발하며 발빠른 행보를 나타내고 있다. 이는 선주가 육상에서도 항해 중인 선박의 메인 엔진, 공조시스템(HVAC), 냉동컨테이너 등 주요 시스템을 원격으로 진단해 선상 유지·보수작업을 지원할 수 있다.

이어 지난 6월에는 자융운항 선박에 적용할 선박 사이버 보안기술 개발에 나섰다. 선박과 육상 관제탑을 연결하는 통신 체계가 해킹으로 마비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막대한 인명과 재산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서다.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지속적인 기술개발과 노하우 축적으로 현재 2등급 수준으로 평가되는 자율운항 단계를 한층 높여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법적·제도적 규제와 미비점 시급히 개선해야”

하지만 이러한 조선 3사의 자율운항 선박 개발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완전 자율운항까지는 일정 부분 시간이 걸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는 “선진국에 비해 자율주행 차량 부문의 기술 수준이 3년 정도 뒤처져 있는 것처럼 자율운항 선박 부문도 비슷한 격차를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와 함께 자율운항 선박 개발을 저해하는 각종 법적·제도적 규제와 미비점이 개선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우선 선박 자율운항이나 육상 원격제어시스템이 도입될 경우, 원격운항자의 법적 의무와 역할 재정립이 필요하다. 원격운항자의 면허와 근로기준 마련, 기존 선원의 직무 전환 등을 서둘러야 한다는 의미다.

또한 자율운항과 기관 자동화를 위한 신기술 개발과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지만, 실증 공간이 미비한 데다 기존 장비 관련 규정과 충돌이 불가피하다. 따라서 신속한 실증을 위해 신기술 적용 특례조항을 신설하고, 시범운항 특별구역 지정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아울러 무인선박의 경우 시스템 오류, 사이버 해킹 등 종래와는 다른 형태의 사고 발생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여 시스템 제조자를 포함해 사고 책임 주체를 확대함으로써 배상‧보상 체계를 확립하고 사이버 보안체계를 구축하자는 주장도 대두된다.

이와 관련해 이은창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선박의 항만 접이안 방식 전환, 운항 중인 선박의 기관 고장 시 조속한 조치 여부도 자율운항 선박 활성화의 관건”이라고 말했다.

출처 : 이뉴스투데이(http://www.enews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