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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모니아·메탄올'…조선사, LNG 이을 친환경 선박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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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박순엽 기자] 올해 상반기 전 세계 친환경 연료 추진선 시장에서 우위를 보인 국내 조선사들이 차세대 친환경 선박 개발과 상용화에 힘을 쏟고 있다. 현재 친환경 연료로 분류되는 액화천연가스(LNG), 액화석유가스(LPG)만으론 전 세계적으로 점차 높아지는 환경 규제의 문턱을 넘어설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5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조선업계는 올해 상반기 전 세계 친환경 연료 추진선 발주량 685만CGT(표준화물선 환산톤수)의 70.1%에 해당하는 480CGT를 수주했다. 대부분 LNG 등 가스를 연료로 하는 추진선이다. 국내 조선업계는 올해 전 세계 가스 연료 추진선 시장에서 70% 이상의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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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국내 조선사들이 가스 연료 추진선 시장에서 우위를 보이는 건 그동안 갈고 닦아 온 기술력 덕분이다. LNG 등을 연료로 사용하려면 액체 상태인 가스를 추진 장치에서 사용 가능한 압력과 온도로 준비하는 연료 공급 시스템 역할이 중요한데, 국내 조선업계는 이에 대한 독자적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 그동안 쌓아온 건조 경험도 독보적이라는 평가다.

특히 LNG 추진선은 현재 업계에서 유해물질 배출 감소 등 환경 규제에 대응하기 위한 가장 실용적인 수단으로 간주해 인기가 높다. 관련 시장도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포스코경영연구원은 LNG 추진선 건조 시장이 지난해 20조원 규모에서 2025년 130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LNG는 기존 연료인 벙커씨유와 비교해 탄소 배출량이 30% 적으나 완전한 탄소중립 연료가 아니어서 앞으로 또 다른 규제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IMO도 최근 선박 탄소 배출량을 2008년 대비 2023년까지 30% 이상, 2050년까지 70% 이상 줄여야 한다는 목표를 발표하는 등 전 세계적인 환경 규제도 강화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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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문에 국내 조선업계에선 다가올 ‘탈탄소 시대’에 맞추기 위해 암모니아, 메탄올, 수소 등을 연료로 하는 차세대 친환경 선박 상용화를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한국조선해양(009540)과 현대중공업은 최근 업계 최초로 친환경 암모니아 연료 공급 시스템에 대한 개념 설계 기본 인증(AIP)을 한국선급(KR)에서 획득하며 암모니아 추진선 상용화에 한 발 가까이 다가갔다.

암모니아는 연소 시 이산화탄소를 전혀 배출하지 않고, LNG보다 보관과 취급이 편리해 친환경 선박의 연료로 주목받고 있다. 삼성중공업(010140)도 지난달 노르웨이 선급인 DNV로부터 ‘암모니아 레디 초대형원유운반선(VLCC)’ 기본 설계에 대한 기본 승인(AIP) 인증을 획득했다. 암모니아 레디란 LNG와 디젤 연료로 추진하는 선박을 암모니아 연료 추진선으로 고칠 수 있도록 사전에 선체 구조, 연료탱크 사양, 위험성 평가 등을 설계에 반영한 선박을 말한다.

대우조선해양은 2025년 상용화를 목표로 지난해 6월부터 로이드선급·만에너지솔루션과 암모니아 추진선박 공동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해 10월엔 로이드선급으로부터 2만3000TEU급 암모니아 추진 초대형 컨테이너선에 관한 AIP를 획득했다.

삼성중공업은 또 세계 최초로 연료전지 추진선을 개발해 상용화에 나선다. 삼성중공업은 지난 7월 미국 블룸에너지사와 공동으로 선박용 고체산화물 연료전지(SOFC)로 추진하는 LNG 운반선 개발에 성공해 노르웨이-독일 선급인 DNV로부터 기본 설계 승인(AIP)을 획득했다고 발표했다. 여기에 탑재된 선박용 고체산화물 연료전지는 자연 기화되는 LNG를 활용한다.
메탄올을 연료로 하는 선박은 이미 상용화 단계에 접어들었다. 메탄올은 벙커씨유에 비해 황산화물 99%, 질소산화물 80%, 온실가스를 25%까지 줄일 수 있다. 한국조선해양은 지난달 글로벌 해운사인 머스크사와 1만6000TEU급(1TEU는 6m여 길이 컨테이너 1개) 메탄올 추진 초대형 컨테이너선 8척에 대한 건조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친환경 연료 추진선 관련 경쟁이 본격화되면 조선업계 사이클에도 변화가 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김현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조선 산업에 ‘슈퍼사이클’이 온다면, 과거 사이클의 재연이 아니라 연료 변화에 따른 새로운 사이클이 올 개연성이 높다”며 “머스크사의 메탄올 추진선 발주는 주요 발주처가 선박 연료에 대한 다양한 옵션을 본격적으로 탐색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