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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입까지 1년도 안 남았는데···국적선 72%가 '규제 기준' 미충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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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탄소집약 저등급 선박 다수···출력 낮춰 저속 운항 불가피
  • 운송 능력 저하로 글로벌 경쟁력 흔들… 대응책 마련 고심

대기오염을 방지하는 글로벌 친환경 규제 시행이 향후 1년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국내 선박 72.4%가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최악의 상황에는 36~51% 출력을 제한하고 선박을 몰아야 하는 저속운항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상당수 선박이 저속운항 해야 한다는 전례 없는 상황이 예상되면서 국내 해운사도 폐선주기나 용선료 등을 친환경 규제에 맞춰 바꿀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친환경 규제 중심으로 패러다임 전환이 불가피한 탓이다.

11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내년 초 도입되는 현존선 에너지효율지수(EEXI), 탄소집약도지표(CII) 규제에 국내 상당수 선박이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EEXI와 CII는 글로벌 모든 선박이 동일한 검사를 진행해 규제 기준에 미달할 경우 운항을 제한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결국 에너지효율이 낮거나 탄소를 많이 배출한 선박은 출력이 제한되거나 최악의 경우 시장에서 퇴출될 것으로 보인다.

국제해사기구(IMO)는 선박의 운항 과정에서 배출되는 탄소의 양을 2008년 배출량의 평균보다 2025년 30%, 2030년 40%, 2050년 70% 줄이기 위해 EEXI와 CII를 개발했다. 양자 모두 오는 2023년부터 도입돼 2050년까지 규제 기준을 단계적으로 강화해 나갈 것으로 분석된다.

문제는 국내 해운사가 보유한 선박 상당수가 최초의 규제 기준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국적선 649척 중 EEXI 규제를 충족하지 못하는 선박은 470척(72.4%)으로 상당한 선박이 규제 위험에 노출된 처지다.

CII의 경우에도 국적선 684척 중 규제를 충족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 있는 D·E등급 선박이 234척(34.2%)으로 적지 않은 규모다. 결국 대응이 미흡해 내년 규제 도입과 함께 해운사 영업에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해양수산부는 EEXI 규제를 충족하지 못하는 국적선사 470척 중 463척(98.5%)이 기관출력을 제한할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CII 규제에서도 에너지효율이 낮은 선박은 저속 운항으로 C등급 이상을 받으려 할 것으로 진단했다. 이는 선박의 엔진 출력이 높아질수록 더 많은 탄소를 배출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이에 자체적으로 출력을 낮추면 규제 기준을 충족시킬 가능성이 높다.

출력 제한은 선종마다 최대 36~51% 수준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한국신용평가는 EEXI 규제 시행으로 엔진최대출력 감축률을 예상하면서 최대 탱커선은 36%, 벌커선은 37%, 가스자동차운반선은 41%, 컨테이너선은 51% 수준에 이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 같은 상황에서 국내 해운사도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저속운항으로 운송능력이 줄어드는 것과 동일한 효과가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친환경 선박을 새로 발주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나 당장 목돈이 들어가는 것이 문제다.

이에 저속운항으로 줄어든 운송능력을 보완하기 위해 용선시장이 활성화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친환경 선박에 대한 용선료가 오르고, 저효율 선박이 용선시장에서 퇴출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그동안 선령(선박 건조 후 기간)에 따라 폐선하던 관행이 규제에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저효율 선박은 다소 빠르게 폐선시킬 가능성이 높아지고, 친환경 선박은 다소 오래 유지할 것이라는 시각에서다.

해운사 관계자는 "당장 내년뿐 아니라 오는 2050년까지 규제 기준이 단계적으로 강화되는 만큼 끊임없는 대응이 이어져야 한다"며 "환경 규제 대응을 위해 해운업계의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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