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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화객선 충돌 일보직전 크레인부선 견인…해양환경공단 예인선 선원들 무용담 ‘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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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카눈’이 부산항을 위협한 8월 10일, 표류 선박의 화객선 충돌에 따른 초대형 해양 오염 사고를 거센 빗속에서 온몸으로 막아낸 해양환경공단 소속 예인선 선원들의 무용담이 뒤늦게 화제다.

해양환경공단 부산지사(지사장 김진배) 소속 예인선 ‘307 대룡호’(선장 장종호)는 태풍 ‘카눈’이 부산항을 강타하기 직전인 이날 오전 8시 55분 해경 관제실로부터 긴급 구조 요청을 받았다.

부산 영도구 봉래동 물양장에 굵은 밧줄로 묶여 있던, 도합 4000t 무게의 크레인부선(艀船·Barge) 2척이 서로 밧줄로 묶인 채 부산항연안여객터미널 방향으로 빠르게 떠밀려가고 있다고 했다. 태풍에 휩쓸리지 않도록 크레인부선끼리 묶어 놓은 밧줄 중 일부가 파도에 부딪혀 끊어진 상황이었다.

 

당시 부산항을 순찰 중이던 해양환경공단(KOEM) 부산지사 소속 예인선 ‘307 대룡호’는 이 같은 해경 통신을 접한 뒤 서둘러 움직여서 크레인부선 두 척을 따라잡았다. 하지만 현장 상황은 녹록지 않았다. 태풍 ‘카눈’은 ‘주의보’에서 ‘경보’로 급악화됐고, 내항인데도 파고는 이미 1.5∼2.5m를 웃돌았다. 그런 파도에 떠밀린 크레인부선 두 척은 무동력임에도 불구하고 1.5노트 속도로 표류 중이었다.

더 심각한 문제는 크레인부선에 선원이 아무도 타고 있지 않다는 사실이었다. 선장 장종호는 “크레인부선을 붙들기 위해서는 그 크레인부선에 누군가 탔어야 했는데, 태풍 때문에 모두 피항한 상태라서 밧줄을 받아서 묶어줄 사람이 없었다”고 말했다. 두 선박을 밧줄을 결속하기 위해서는 예인선을 크레인부선에 바짝 붙인 뒤 선원들이 직접 건너가야 했다.

예인선 ‘307 대룡호’ 장종호 선장은 “너무 위험해서 수습할 수 없다”며 상황을 보고했고 김진배 부산지사장도 선원 안전을 우선하라고 당부했다. 그러나 선원들의 생각은 달랐다. 스스로 위험을 무릅쓰더라도 크레인부선을 붙잡아야 한다고 되레 선장과 부산지사장을 설득했다. 기관사 안익수는 “우리가 나서지 않으면 대형 사고가 일어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번쩍 들었다”고 말했다.

상황은 긴박했고 부산지사장과 선장은 선원들의 의지와 용기를 믿고 모험을 수용했다. 작업은 신속히 이뤄졌다. 모두 바다에서 잔뼈가 굵은 선원들이기에 가능했다. 무엇보다 예인선을 크레인부선에 밀착시키는 것이 중요했다. 능숙한 솜씨로 선장이 예인선을 움직여 두 선박의 간극을 줄였다. 곧이어 선장을 제외한 선원 4명을 두 개조로 나눴고, 그중 한 조가 크레인부선에 뛰어올랐다. 두 선박 사이를 건너가다가 자칫 미끄러지면 치명적인 인명 사고가 날 수 있었다. 선원 이동은 다행히 성공이었다.

배를 건넌 두 선원은 밧줄을 건네받아서 크레인부선과 예인선을 연결했다. 평소 실전처럼 받아온 안전교육이 큰 도움이 됐다. 매뉴얼에 따라 한 선원이 밧줄을 잡고 다른 선원은 상대 허리를 뒤로부터 잡아서 흔들리지 않도록 지지했다. 비는 단속적으로 내렸지만 배 바닥은 혼자 서 있기가 힘들 정도로 미끄럽고 배도 심하게 요동쳤다. 그런 과정을 거쳐서 실낱같은 견인 기회를 잡았다.

 

하지만 파도에 떠밀린 크레인부선의 속도를 갑자기 늦출 수는 없었다. 예인선의 견인력이 무려 3200마력에 달했으나 밧줄 결속 이후에도 100m 이상을 더 끌려가야 했다. 장 선장은 “선원들이 빗속에서 사투를 벌였는데, 그 순간 바로 눈앞에 화객선이 나타났다”면서 당시의 아찔한 순간을 떠올렸다. 크레인부선과 화객선 사이의 거리가 30m로 한순간에 좁아진 것이다.

장 선장은 “당시 파도에 밀린 속도를 감안할 때 1분만 늦었더라도 그대로 부딪혔다”고 술회했다. 화객선은 뉴스타 소속 ‘MS페리호’로 승선원 710명을 태울 수 있는 중량 9997t 선박이었다. 부산∼제주를 오가는 화객선인데, 당시 벙커C유 수천t을 연료로 실은 채 부산항연안여객터미널에 정박 중이었다.

장 선장은 “1.5노트의 속도라도 도합 4000t 무게의 크레인부선이 화객선 측면을 부딪히면 선체는 종잇장처럼 찢어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김 지사장은 “크레인부선의 충격으로 화객선 선체가 찢어지고, 그로 인해 벙커C유가 다량 흘러나왔다면 이른바 ‘태안 사고’처럼 감당할 수 없는 초대형 해양 오염 사고가 일어났을 것”이라고 말했다.

‘태안 사고’는 지난 2007년 12월 충남 태안반도에서 발생한 ‘허베이 스피리트호 유류 오염사고’를 일컫는다. 아직까지 국내 최악의 해양 오염 사고로 기록되고, 당시 서해안은 물론이고 목포, 제주도 근해까지 오염됐다. 이때 사고도 기상 악화 상황에서 균형을 잃은 예인선 두 척은 해상 크레인부선이 태안 앞바다에 정박된 홍콩 유조선 ‘허베이 스피리트호’(14만 6868t)를 들이박으면서 발생했다.

김 지사장은 “두 사고를 단순히 비교할 수는 없지만, 만약 충돌로 인한 화객선 선체가 뚫리고 벙커C유가 다량 흘러나왔다면 부산항은 오랫동안 올스톱될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내항은 물론이고 부산항을 이용하는 모든 선박의 운항이 중단될 위기였다는 의미다.

예인선 ‘307 대룡호’ 선원들은 “그날을 생각하면 아직도 가슴을 쓸어내린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그만큼 큰 사고를 예방했다. 그러나 일어나지 않은 사고를 애써 기억하려는 사람도, 기록하려는 사람도 없다.

해양환경공단 부산지사 조정효 차장은 “부산항에서 발생하는 해양 오염 사고의 30∼40%가 밸브 조작 불량 등 선원 부주의로 인한 것”이라면서 “안전사고 예방에 좀 더 많은 주의를 기울여 달라”고 당부했다.

출처 : [영상] 화객선 충돌 일보직전 크레인부선 견인…해양환경공단 예인선 선원들 무용담 ‘화제’ - 부산일보 (busan.com)